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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3-06-05

조회수35,219

제목

(도전한국인32) 중국전문가 정덕구 전 산자부 장관

“미국과는 동맹관계 유지- 중국과는 화목”

<단독 인터뷰>중국전문가 정덕구 전 산자부 장관


‘연미화중(聯美和中)’을 강조하는 중국 전문가 니어재단 이사장 정덕구(65세). 인생은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여러 가지 인연을 맺어간다. 그리고 인생의 변곡점마다 귀인을 만난다면 많은 도전과 자극이 될 것이다. 성공의 자리에 오기까지 운명적인 만남으로 귀인들과 인연을 맺고 협력하여 선을 이루었다.

‘그럼 귀인은 어떻게 만날까?’ 필자는 궁금해진다. 준비되지 않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훌륭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아무래도 고개가 저어진다. 그것은 귀인을 만나기 위하여 혼자서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과정에 의해 자연스럽게 소중한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정덕구 ©브레이크뉴스

 

재경부 차관, 산자부 장관, 국회의원 등 관계·정계·학계를 두루 거친 경제관료 출신으로 관복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왔다. 공무원 신분에 대하여서는 “ 이익추구가 아닌 가치 추구형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관복을 벗고 나면 “고독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관복을 벗고 나면 아무도 찾아주질 않는다. 그래서 섭섭함과 외로움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고독을 참고 견뎌내면 아름다운 삶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고 중심을 잃게 되어 초라해진다는 것이 그의 경험이다.

그는 “중국전문가로 불리는 것은 도둑질한 것이다.”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분명 중국에 대해 정통한 중국 전문가이다.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공헌한 산증인이며, 후학을 가르쳐 인재를 키워내는 학자이다. 그가 쓴 책 ‘거대 중국과의 대화’,‘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을 보면 세상의 각진 부분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물을 보는 예리함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그는 중국을 100회 이상 다녀온 내공과 4년간 40여명의 전문가들과 105개 분야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중국의 본심을 파악 하였다.

 

중국의 대학교에서 강의를 이유로 장기 체류하면서 책과 논문, 언론보도, 인터넷 댓글 등 전수조사로 중국 사람들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한국의 생존과 통일을 위해 그는 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 친화하는 ‘연미화중(聯美和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올해 한중 수교 20년이고, 교역규모는 36배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국이기도하다. 중국을 알아야만 미래가 보인다. 그를 만나보았다.

 

-중국인의 속내를 파악하기 힘든 것은 무엇인지?

▲중국 사람과 한국 사람 사이에는 미스매치(Mis Match)가 있다

중국인들은 표현 자체가 완곡하고 느긋해서 그 본뜻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 가장 큰 것은 ‘숨’ 차이와 같다. 중국인은 고래 숨을 쉰다. 고래처럼 숨을 들어 쉬었다가 한참 후에 ‘푸~욱’ 내쉰다. 그래서 시간과 규모의 차이 때문에 중국인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화가 나도 중국 사람들은 마음에 품고 기다릴 줄 안다. 반면에 한국인의 관료들은 변화의 속도에 민감하다. 그래서 우리는 물개 숨을 쉰다. ‘깔딱 깔딱’ 숨을 쉬며 대응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물적 관계는 좋으나 상호간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중국이 공산화된 1949년부터 1992년 수교를 맺기 까지 43년간 단절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과는 외교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높은 수준으로 와 있다. 그래서 최근 20년간 물적 관계는 복원되어 유지가 잘 되고 있다. 하지만 43년간 단절에서 오는 인적관계의 연결고리는 쉽게 복원되기 힘들다. 한국 사람들은 그 자리에 가면 항상 바뀐다. 장관,대사,외교관 등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한국의 재벌 오너이다. 그 이유는 재벌 오너와의 관계는 연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 중국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전근대와 근대와 탈근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일부 농촌에 가보면 아직도 18세기에 살고 있는 착각이 든다. 중국은 점(點)에서 선(線)으로, 선(線)에서 시작하여 다시 면(面)으로 발전해간다. 상해, 천진, 청도,대련,광뚱 이렇게 점을 찍는다. 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선을 잇고, 선의 성공을 바탕으로 서부개발이라는 면으로 간다. 이런 불균형성장이 결국 중국의 어두운 부분이 다. 중국의 애로는 전근대적인 요소 즉 어두운 부분을 외부에 노출시키기를 원하지 않는다. 중국 중심의 중화사상이 영업이 되면 내셔널리즘화 되어 자부심이 강하다.

 

-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함께 공존하는 중국이 버티는 근간은?

▲잘 계획되고 육성화 된 공무원들이 있다. 중국은 어려서부터 관료로 육성시킨다. 내가 책을 쓰기위하여 북경의 부시장을 만나야겠다고 부탁했다. 북경 부시장이 올림픽을 준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젊은 38살이다. 무균질 공무원으로 키워야 하기에 외부인과 접촉을 하지 못하게 한다. 리더그룹을 잘 키워간다. 중국의 저력은 파워엘리트 그룹을 계획 재배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공산당원들이 파워그룹이다.

 

 ▲ 정덕구 ©브레이크뉴스

 

- 중국은 향후 본격적으로 전환기에 진입한다고 하는데?

▲10년쯤 후인 2020년이면 정부 주도의 발전체제에서 벗어날 것이다. 국민의 상향요구와 시장의 힘이 커지고, 민주화 진전 속에서 공산당 일당의 사회운영 골격도 달라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12년부터 10년 후 동안 많은 갈등과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의 불안정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나라는 한국과 타이완이 될 수 있다. 인간이 소득이 올라가면 인간의 욕구단계가 상향 조정된다. 욕구체계의 변화로 인하여 1만 불 시대가 되면 변화가 되어간다.

중국이 전환기관리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래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기 위하여 일본을 연구하다가 최근에는 한국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중국에서 나를 자주 찾아주는 것은 체제의 변화에 대한 요구를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에 대한 솔루션을 갖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는 전환기 관리에 실패한 경험을 했다. 1997년 IMF에서 강제적인 조치를 통하여 전환기를 넘겼다. 중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전환기 기간이 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팽창주의에 대한 우려가 있다.

▲중국은 영토보존과 14억 인구를 먹여 살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내부문제가 심각하다. 한해 20만 건의 크고 작은 폭동이 일어난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여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백이 불만과 폭동을 막아낼 수 있다. 분노가 밖으로 분출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로 갈리는 근본 이유는 각국이 보유한 발전 여백 차이 때문이다. 일반적인 나라는 잠재성장력 저하, 인력 수급 불균형, 기회 창출 능력 저하 등 좁아진 여백이 분노를 키우고 있다. 재정적인 여백이 남아 있는 나라는 분노를 흡수하지만, 여백이 없는 국가는 분노가 단순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국력으로 보면 팽창주의 보다는 방어적인 것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17개국의 나라로 둘러 쌓여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중국은 속이 들찬 배추라고 본다. 중국이 현재 전환기 단계에 있고 성공하면 그 후에야 외부에 시선을 둘 것이다.

 

-중국이 남북한 통일을 공개적으로 반대 할 수 없는 이유는?

▲대만과의 관계 때문이다. 미래에 대만과의 통일을 염두에 둔다면 자연스럽게 통일의 당위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남북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것은 남한이 흡수 통일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동맹인 미국의 포위망이 더욱 좁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 커가는 중국의 존재감은 우리에게 새로운 외교정책을 시사하고 있다.

▲한·미 동맹 탓에 커가는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 할 수는 없다. 중국은 한국 경제의 젖줄이고, 한반도 통일도 중국 동의 없인 불가능하다. 한·미 안보관계를 버릴 수도 없고, 과도한 중국 영향력 확대도 경계해야 한다. 경제와 안보이익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 일변도로 가선 안 된다. 균형외교라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 생존과 통일 방정식으로 한·중 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우리는 중국을 강대국으로서 배려하면서 할 말은 해야 한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전략적 수정이 필요하다. 미국이 우리 현실을 이해하도록 설득하고 새로운 협력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생존 및 통일방정식은 중국 변수를 고려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다. 중국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신뢰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경제와 안보이익을 생각하면 쉽게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생존방정식만 볼때에는 중국은 변수이다. 그러나 생존방정식과 통일방식을 염두 해 두면 연립방정식이 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상수가 된다. 생존과 함께 통일 방정식도 함께 풀어야 한다.

 

- 김정일 사후 중국의 역할은?

▲중국은 아직 북한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 북한 나름대로 개혁·개방으로 가면 한·중 관계도 순탄하게 풀리겠지만 북한이 고립을 고수하면 양국 관계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북한의 중국은 내부 문제가 있기에 북한이 현 체제가 유지되길 바라는 것 같다. 안도하는 기색이 있었다. 김정일 체제보다는 김정은 체제가 좀더 다루기 쉽지 않을까 생각하다. 중국의 대북한 정책은 기본적으로 현상유지이다.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세계의 정치·경제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언제쯤일까?

▲국내총생산(GDP)에서 이르면 2018년, 늦으면 2022년까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종합적 국력이다. 중국은 투명성과 신뢰,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 해소, 은행시스템 혁신, 국제적 지도력 확보 등 4개의 다리를 건너야 미국을 능가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삶의 질, 학문과 지식세계 등에서 중국이 1위 국가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중심 국가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

 

―한반도 통일을 보는 중국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중국은 미국이 지원하는 한국 중심 통일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한국에 통합되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과 협상할 것이다. 한국 중심의 통일이 돼도 중국의 국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중국이 믿게 하는 능란한 외교가 필요하다.

 

―중국의 영향력이 급신장하는 시대에 한국은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우선 연미화중(聯美和中)이다.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중국이 한국을 잠재적인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화목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과 화합하더라도 같아지면 안 된다. 중국과 차별화해야 오히려 살아남는다. 또 한국은 해양과 대륙의 중매자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과 은밀히 소통해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여러 수준에서 중국인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신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은 큰 나라고 인구도 많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국을 아는 게 아니다. 미세한 부분까지도 알아야 한다.

 

*정덕구 이사장이 제안하는 중국에 대한 외교정책

-연미화중(聯美和中) :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중국과는 화목하자

-화중부동(和中不同) : 중국과 친화하지만 분명한 차별화를 갖자

-밀통적신(密通積信): 은밀히 소통하여 신뢰를 쌓아가자

-지미지창(知微知彰):중국의 작은 것과 큰 것을 모두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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