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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3-06-06

조회수37,155

제목

(도전한국인34) 한문 암송 세계 기네스 도전!- 오억근 씨

한문 암송 세계 기네스 도전! - 하이서울 뉴스 게재

여든다섯, ‘한문 암송의 달인’ 오억근 씨

‘하면 된다’는 말은 바로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여든 다섯, 선명했던 기억도 이제는 가물가물 멀어질 것 같은 할아버지가 어려운 한문을 줄줄 외워낸다. 천자문, 명심보감을 마치 주문을 외우듯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한문 암송을 빠르게 하는 것으로 국내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는 오억근 씨를 만나기 위해 관악구 봉천동 그의 집을 찾았다. 그는 현재 한문 암송 기네스 세계기록에 도전장을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한문을 빠르게 암송하는 ‘달인’이시라는데...

▲2007년 10월에 한문 3,077자를 9분 35초에 암송했다. 그래서 한국기록원에서 국내 최고라는 기록도전 인증서를 받았다. 2010년 12월에 다시 한문을 추가하고 시간을 단축하는 도전으로 3,340자를 7분 3초에 외워 세계 기네스에 도전했다. 현재는 기네스 인증 결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전체를 암송한 시간을 초로 나누면 초당 8자를 외우는 속도다.

 

-한문을 외우게 된 계기는?

▲나이가 드니 건강이 안 좋아지고 백내장도 왔다. 1998년 2월 마음 건강이 몸 건강의 7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에 대한 도전’이 몸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한문 암송을 시작했다. 당시 어릴 적, 훈장님 앞에서 책을 줄줄 외우던 기억이 나더라.

 

 

-한문을 외우는 데에는 얼마나 걸렸나?

▲1998년 2월부터 천자문 중 180자를 2주 만에 외웠고, 명심보감 등을 합하여 5개월 만에 5백여 자를 외웠다. 이후 연습 10개월 만에 2,000여 자를 외웠고, 2006년 8월에 3,077자를 외우게 되었다. 천자문, 맹자, 논어, 소학, 명심보감, 사서삼경 등 13편에서 좋은 글을 발췌한 것을 외워나갔다.

-한문 암송은 하루에 몇 번이나 하고 어디서 하는가?

▲한문을 암송하려면 정말 노력을 해야 한다. 한 번 외우고 나면 계속 복습을 해야 외운 것을 놓치지 않는다. 하루에 3번은 한문을 외운다. 보통은 봉천동 산에 올라가 한문을 암송한다. 비 오면 집에서, 여행할 땐 차에서, 저녁 식사 후 한적할 땐 옥상에 올라가 읊기도 한다. 연습한 것을 따로 공책에 써 가며 외우는게 효과가 좋다. 연습한 공책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놓고 녹음한 뒤 암송이 잘 되었는지를 책과 비교하기도 한다.

 

-원래 무슨 일을 했나?

▲1948년 2월 면장의 추천으로 면서기 시험에 응시했다. 수원의 초등학교까지 쌀 두 되를 지고 80리 길을 걸어가, 2시간 동안 일반상식 문제를 풀었다.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그때도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대단했다.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면서기로 임명되었다.

 

-당시 면서기는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농사가 잘 되었는지 보고 상, 중, 하 등급을 매겨 세금을 걷어야 했기 때문에 논두렁을 돌아다니는 것이 일이었다. 하지만 세금을 걷으러 한참을 걸어가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하며 다들 세금 내기를 미루었다. 결국 아무 소득 없이 돌아올 때도 많았다. 면사무소에는 전화가 없어 사람이 직접 오가며 일처리를 했다. 그때 월급은 쌀 네댓 말을 살 돈이었는데, 세금이 잘 안 걷히면 석 달씩 밀리기도 했다.

 

-면서기 이후엔 어떤 일을 했나?

▲이후 면주사와 경기교육청 문화계장, 서울교대 서무과장 등을 거쳤으며 1988년 서울대 약대 서무과장으로 정년퇴직했다. 공직 40년 중 8년은 행정 면서기를 했고 나머지 32년간은 교육기관에서 근무를 했다.

(그는 40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다 퇴직 후 성균관 전의(典儀)를 지냈다. 성균관의 임원은 관장, 부관장, 전의 순이다. 현재 부인 이윤호 씨와의 사이에 3남 3녀를 두고 있는데 경영학 박사, 교육자, 건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단다.)

 

-한문 암송 도전 이후 달라진 점은?

▲집 앞만 나가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한문 암송 이후 방송과 신문을 통해 여러번 소개됐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대단하다’, ‘현대의 선비’라고 말해줄 땐 뿌듯하다. 가족들도 자랑스러워 한다. 무엇보다도 한문 암송 후 정신이 맑아졌다. <오억근 나의 인생 80년>, <나의 발자취> 등의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올 해 5월쯤 추가로 한 권 더 낼 예정이다. 자신에게 계속 도전하는 것은 기억력과 건강에 무척 좋은 일 같다. 삶이 보람되고 나이 들어도 자신감이 있다. 앞으로도 기록 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한문 구절은?

▲명심보감에 보면, ‘행선지인 여춘원지초 불견기장 일유소증’(行善之人 如春園之草 不見其長 日有所增) ‘행악지인 여마도지석 불견기손 일유소휴’(行惡之人 如磨刀之石 不見其損 日有所虧)이라는 구절이 있다. 착한 사람은 봄에 돋아나는 풀과 같아 보이지 않게 조금씩 더하여지는 것이 있고, 악한 사람은 칼 가는 숫돌과 같아 보이지 않게 조금씩 기울어간다는 뜻이다. 또한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고 아무리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라도 무언가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손자들에게도 거침없이 묻는다.

리포터는 여든다섯 노익장에게 반해버렸다. 그리고 ‘학이시습지 불역호아’(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라는 말처럼 배우고 익혀가는 것의 기쁨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에 뭔가 나에 대한 도전을 시작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겼다. 그를 통해 긍정의 에너지를 듬뿍 받고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그 어느때보다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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