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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3-06-07

조회수50,681

제목

(도전한국인46) 향기에 폭 빠져 사는 남자 -향수전문잡지 만든 청년 노인호

향기에 폭 빠져 사는 남자

 

도전 서울인12- 향수전문잡지 만든 청년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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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조향사의 핸디캡인 축농증이 있으면서도 그저 향에 취해 살다보니 지나가는 사람이 무슨 향수를 뿌렸고 몇 시간 지났는지도 알 정도가 되었다. 향기에 대해 말하고 싶어 아예 향수 잡지를 만들었다는 25세 청년 노인호 씨의 이야기다.

그가 대학교 3학년 때 그저 향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모여 소규모로 만들기 시작한 독립 잡지가 지금은 ‘코파르팡’(CO-PARFUM)이라는 제호로 전국 대형서점의 진열대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어엿한 청년 사업가로 뛰고 있는 노인호 씨가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궁금하다.

 

-향수 전문잡지를 만들게 된 동기는?

▲전공이 화장품이고 지금도 그 분야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향에 대한 관심이 특히 많아졌다. 향수는 일반적으로는 화장품이지만 사실상 패션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런 점이 향수의 매력이기도 한데, 그래서 공부를 하다 보니 향수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와 아이디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걸 한 번 잡지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대학교 3학년 때였다. 독립잡지로 만들어서 아는 사람들끼리 돌려볼 목적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순수하게 취미로 시작했다. 그런데 알아보니 서울에 독립잡지를 판매하는 공간이 있다고 해서 판매를 하게 되었다. 예상 외로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때부터 잘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같이 일할 사람들도 모이게 되어 본격적인 사업으로 발전이 된 것이다.

어디에 공고를 낸 적도 없는데 향에 관심이 많아서 잡지를 보고 먼저 연락을 준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 한 사람 돈을 바라고 온 사람은 없었다. 나를 포함해서 잡지를 잘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들이 모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향수 전문잡지에 대한 자부심은?

▲아직까지는 스스로가 무슨 대단한 기업인이라는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 잡지를 보는 사람들이 조금씩이지만 계속 늘어나고 있고 따라서 발행부수도 처음에 4백 부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만 부나 된다. 자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면에서 굉장히 뿌듯함을 느낀다.

 

-외국의 향수잡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외국에도 향수잡지가 있긴 한데, 대체로 카탈로그 스타일이라 제품을 소개하는 내용이 전부다. 우리 잡지는 엄연히 말하면 ‘향잡지’다. 향수 뿐 아니라 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잡지이기 때문이다.

 

-‘향 문화’란 무엇인가?

▲향에 대한 모든 것이다. 사실 향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 일상생활에 이미 존재하고 있어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잡지를 통해서 보이진 않아도 엄연히 존재하는 향이란 존재에 관심을 갖고 생각해보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패션기업의 중에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로고송이나 고유의 마크 뿐 만 아니라 향기를 활용하는 곳도 있다. 예를 들어 ‘후아유’라는 의류 브랜드의 매장에 들어가면 그곳만의 독특한 향이 있다. 향기를 맡는 순간 기업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된다. 아베크롬비도 마찬가지고 싱가포르항공 역시 고유한 향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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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던 시기는 언제였나?

▲현재 당사에서 같이 일하는 식구들은 열다섯 명인데 아직까지도 힘든 부분이 없진 않다. 하지만 어디나 힘든 부분은 다 있지 않나? 잡지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일단 사람들이 ‘향 잡지’가 뭔지 모르니까 광고를 따러 다녀도 반응이 시큰둥했다. 문전박대 당한 적도 있었는데, 어느 회사라고 말은 할 수 없지만 우리 잡지를 보더니 ‘이런 곳에 우리 회사 광고를 어떻게 주냐’고 쫓아내다시피 했다. 쉽게 응해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그런 취급을 당하니 속이 상하더라. 광고 뿐 만아니라 홍보 때문에 카페 등의 일반 매장에 잡지를 비치하려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무실을 처음 낼 때도 임대료가 가장 싼 곳을 찾아다니다가 안양 공구상가 2층에 월 30만 원짜리 작은 공간 하나를 얻어 시작했다. 또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보니 아마추어 취급을 하거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잡지를 만들면서 어려운 점도 물론 있다. 추운 겨울에 사진촬영 때문에 바깥에서 하루 종일 떨었던 적도 있지만 그런 것쯤이야 문전박대 당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았다.

 

-몇 개의 향수를 가지고 있으며, 테스트한 향수는 모두 몇 가지?

▲시향은 아주 많이 했지만 사실 향수를 모으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그래도 회사로 보내주는 샘플들은 다 가지고 있으니 일반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것 보다는 많겠다. 일부러 세어 본 적은 없지만 백 개 정도 되겠고 테스트 해 본 것까지 합하면 수 백 가지가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웬만한 향수들은 거의 다 시향을 해 봤다고 보면 된다. 향수만 따지면 그렇고 솔직히 향수보다는 향의 원료에 더 관심이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향수 상식을 소개해 준다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대부분의 유명 브랜드의 향수가 사실상 OEM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여러 브랜드의 향수가 한 향료회사에서 만들어지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향들이 서로 비슷비슷한 경향이 있다. 샤넬이나 에르메스 정도의 브랜드에만 전속 조향사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향수 중에 크리드의 실버마운틴이 있는데 이 브랜드 역시 전속 조향사가 있어 그 브랜드만의 독특한 향을 창조하였다. 고유의 색깔이 있는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알려주고 싶은 것은 향수도 옷처럼 자기에게 어울리는 향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이 향수를 선택할 때는 브랜드를 보고 판단을 하는데 향은 자신의 이미지와 맞는 것을 뿌렸을 때 더 상승효과가 난다. 예를 들면 어리고 귀여운 이미지의 학생이 샤넬브랜드가 좋아서 샤넬 No.5를 뿌린다면 그건 오히려 어색한 느낌을 준다. 샤넬 No.5는 분명 매우 유명하고 좋은 향수이지만 성숙한 여성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드만 보고 무조건 선택하기 보다는 자기한테 어울리는 향을 찾았으면 좋겠다.

 

-조향사 자격증 있다. 직접 조향도 하는가?

▲물론 조향을 한다. 하지만 제품을 출시할 정도의 대가가 되려면 정말 엄청난 공부를 해야 한다. 나는 중학교 때 사촌형 덕분에 향수에 대해 알게 되고 흥미를 가지게 되었지만 제대로 향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건 최근 3년 동안이다. 지금은 중앙대 향장미용과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조향사 되는 것이 꿈은 아니다. 향 문화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 어떤 것도 할 수는 있지만 어떤 향수를 만들겠다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조향사로서 핸디캡인 축농증이 있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축농증은 지금도 있다. 하지만 직업 상 매일 향을 맡으며 일하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 태생적으로 코가 뛰어나게 발달한 사람은 아니지만 계속 다양한 향을 맡고 훈련을 하다보니까 자연히 민감해졌다. 그러다보니 지하철을 타서도 나도 모르게 여러 향기를 구분하게 된다. 일부러 향을 맡거나 하지 않아도 이렇게 일상적으로 훈련이 된다. 그런 것들이 사실 재미있기도 하다.

 

-남자가 화장품이나 향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때 부모님의 생각은?

▲고등학생 때까지는 미용에 관심이 많아서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부모님이 워낙 반대하셔서 몰래 딴 것이었다. 원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부모님이 반대하셔도 참지 못하고 하는 편이었다. 대학진로를 정할 때에도 사실은 약대 쪽을 원하셨는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으니 대학도 안가겠다고 버티고 있다가 서로 합의를 본 게 화장품학과였다.

내가 입학하던 해에 목원대학교에 처음으로 화장품학과가 생겨서 부모님이 권해주셨다. 나쁠 것 같지 않아서 다녀보니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니 그 때 부모님 말씀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지금 하는 일은 만족해하신다.

 

-일찍부터 창업하기가 쉽진 않았을 텐데 어디서 용기가 났나?

▲용기라기보다는 원래 성격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이것저것 재고 따지기보다 일단 하고 본다. 그게 어떻게 보면 위험할 수도 있지만 지금이니까 가능하다. 젊을 때는 실패해도 실패한 게 아니다. 나는 지금 실패를 해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잃는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으니까. 잡지를 만들면서 소중한 사람들도 많이 얻었고 인생에서 무엇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또 앞으로 더 잘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꿈을 가지고 산다는 게 왜 중요한지,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삶의 활력소다. 그게 제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임을 이제는 깨달았다.

 

-청년 사업가로서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픈 말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걸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서는 물론이고 사전에 구체적으로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요즘 아무리 취업난이 심각하다 해도 그런 면에서는 취업이 창업보다 더 쉬울 수도 있다. 창업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해도 될까?', '망하면 어쩌지?'같은 생각들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준비하는 시간은 충분히 갖되, 망설이고 뜸들이면서 부정적인 생각들에 가득차서 시작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지는 말자.

 

-도전하는 것이 삶과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지?

▲개인적으로 정말 신기했던 경험은 내가 정말 순수하게 열심히 하다보면 알아서 필요한 사람들도 오고 잘 안 풀리던 상황도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점차 성취하고 성공할 때 오는 뿌듯함과 쾌감을 지금 젊은 나이에 꼭 느껴 보기를 바란다. 도전해서 성공하면 ‘내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하고 자기 능력을 확인해 보는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왜 실패했을까?’를 돌아보며 배울 수 있다. 물론 잘 된다고 해서 자만하면 안 된다. 겸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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