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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2-02-08

조회수42,282

제목

(도전한국인10)마라톤으로 달라진 인생, 정동창 씨

 

 

 

 

매번 이 미친 짓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도전 서울인 16- 마라톤으로 달라진 인생, 정동창 씨

시민리포터 조영관 | 2011.11.18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10여 년을 달리고 또 달린 결과 마라톤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 부국인 세이셸공화국의 명예총영사로 활약하게 되었고, 마라톤을 통해서 사회 각층의 저명인사들과 폭넓은 유대관계를 맺게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올해로 쉰이지만 30대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보스턴, 뉴욕, 런던, 도쿄 등 마라톤 국제대회만 35회 이상 참가했고,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무려 70회나 한 마라톤 전도사인 정동창 세이셸공화국 명예총영사를 만났다.

 

지상 최후의 낙원으로 불리는 세이셸공화국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해변 톱10 중 1위의 섬나라이다.

 

 

 

 

-마라톤에 관심을 갖고, 달리기 시작한 계기는?

 

▲10년간 근무하던 여행사를 1996년 말에 그만두고 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IMF 경제위기로 사업은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그 당시 한강을 멍하니 바라보며 차라리 그냥 빠져 죽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일거리는 줄고, 술, 담배는 늘어 가고, 게다가 앞날 걱정을 하다보니 몸을 챙길 시간이 없었지요. 몸무게가 90Kg이나 되었죠.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시련 속에서 내 인생을 끝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새롭게 잡았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건강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는 몸부림으로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 달리기를 통해 얻은 것 무엇인지?

 

▲달리기 전의 저는 언제나 머리와 무릎이 아프고, 피곤하고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증상들은 깨끗하게 없어졌지요.

 

큰 병을 면하는 정도를 넘어 더욱 좋은 몸을 갖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 대신, 여유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제는 근심이나 문제가 생기면 신발을 신고 달려 나갑니다.

 

책상머리에서 끙끙대도 안 풀리는 문제들도 달리고 나면 풀려 있으니, 안 뛸 수가 없더군요. 사업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마라톤 덕분인 것 같아요. 보통 사업가들은 술, 담배에 빠져 신세 한탄을 하거나 남의 험담을 할 때가 많지요.

 

그러면 자신의 에너지도 같이 쭉쭉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마라톤은 제게 믿음을 주었어요. 그 믿음은 제게 힘을 다시 불어 넣어 주었고요. 달리기를 시작하고, 달리기에 미쳐 살아가는 동안 내게 찾아온 놀라운 변화들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달리기와의 인연을 통해서 일국의 명예총영사라는 영예로운 자격을 얻기도 하였어요.

 

 

 

 

 


 

- 마라톤 관련한 전문가로 활동을 많이 하셨는데요?

 

▲사실 마라톤이 사람들에게 주목 받은 것은 얼마 안 됩니다. 1997년 제가 달리기에 관심을 가질 때만 해도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은 전국에서 5백 명 내외였죠. 지금은 마라톤 인구가 80만 명입니다.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을 하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국내의 마라톤 책을 봤는데 이런, 엄청나게 재미없는 이론서였어요.(웃음) 그래서 신체 해부학서와 외국 마라톤서적을 보면서 2002년에 ‘이것이 진짜 마라톤이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마라톤에도 과학이 접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딱딱한 이론보다는 감동을 주는 마라톤이 되어야지요. 마라톤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감동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도 ‘달리면 인생이 달라진다’를 출판하였습니다.

 

 

 

 

- 여행관련 일을 하시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였는지?

 

▲외국어대학교 포루투칼어과에 재학 중 산악부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그만 ‘역마살’이 껴버렸지 뭡니까. 걷고 돌아다니는 게 무척 좋아졌지요. 하지만 꼭 산악부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천성적으로 그런 걸 좋아했지요. 졸업 후 친구들은 다들 대기업에 들어가는데, 저는 여행사에 들어갔습니다. 해외여행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지요.

 

거기서 10년을 근무하다가 나와 마라톤여행을 주로 기획하는 여행춘추라는 회사를 만들었어요.

 

 

 

 

- 2003년에 케냐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데?

 

▲2003년에 서울에서 국제마라톤대회가 있었습니다. 비행기 일정이 대회 종료일과 맞지 않아 케냐 선수들이 우리나라에서 사흘을 기다려야 했지요.

 

처음엔 이들에게 우리나라 숙박업소에서 묵는 것이 어떠냐고 했는데, 난색을 표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3만 원은 케냐의 한 달 생활비와 맞먹는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들을 도와주었습니다. 같이 시내를 돌아다니며 관광을 시켜주고, 남산에서 함께 뛰기도 하고, 재워주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후에 행운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 세이셸 명예영사로 임명된 과정이 궁금하다

 

▲세이셸은 우리나라에 외교공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케냐 주한대사관에서 우리나라와 세이셸 간의 수교업무를 함께 하고 있지요. 그런 세이셸에서 명예영사를 두려 했는데, 제가 케냐 선수들과 함께한 이야기가 당시 케냐 주재의 이석조 대사에게까지 들어갔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시 세이셸로 전해졌고 세이셸공화국은 2년 간 여러 사람들을 검토한 끝에 저를 선택했지요. 2004년 초에 명예영사 신청서가 전자메일로 도착했는데, 저는 그저 어리둥절했습니다. 세이셸공화국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요. 그냥 잘못 온 메일로 여기고 몇 달을 잊고 지냈습니다. 나중에 이석조 대사로부터 전화를 받고서야 모든 사실을 알았지요.

 

명예영사가 된 후에 세이셸을 위해 무엇인가 좋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그곳을 위해 마라톤을 제안했습니다.

 

현재는 국가 4대 이벤트 중 하나로 마라톤이 채택되어 인기리에 열리고 있습니다.

 

 

 

 

- 알프스를 달려 넘는 대회도 참석하셨다고?

 

▲어느 날, 대학 선배에게 ‘알프스를 달려 넘는 대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번에 반했지요. 나폴레옹이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외치며 알프스를 넘었듯이, 저도 멋지게 알프스를 오르고 싶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제정신이냐?’고 물었지요. 이 대회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을 거치며 166Km를 46시간 동안 달리는 대회입니다. 게다가 구간별로 제한 시간이 따로 있어서, 지친다고 무작정 쉬어서도 안 되지요.

 

일반 마라톤의 네 배 거리를 산길로 다니는 대회이니 연습이 중요했습니다. 새벽에 북악 스카이웨이도 올랐고, 오대산과 불암산도 올랐습니다. 함께 참가할 동료들과 밤을 새워 한강을 따라 뛰고, 새벽에 길에 쓰러져 눕기도 여러번 했죠.

 

 

 

 

-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시각장애인을 가이드하며 함께 뛰었다는데?

 

▲유정하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회장이 그 주인공 입니다. 그는 어려서 시력을 잃고 맹인학교를 졸업하고 침술을 배워 안마사로 일했지요.

 

선배의 권유로 마라톤 클럽에 가입하여 하프코스 30차례, 풀코스 3차례를 완주했어요. 풀코스 최고기록은 4시간 38분이었다고 하니 눈이 보이는 사람도 이뤄내기 힘든 놀라운 기록을 세웠지요. 그는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서 예순의 나이로 도전을 하였어요.

 

유정하 회장과 저는 2만여 참가자 속에서 오직 빨간 끈에 서로를 의지해 달렸어요. 결승점 몇 킬로미터 앞에서 제가 힘이 빠지기 시작하여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래서 유 회장께 미안하다고 소리쳤어요.

 

그런데 유 회장께서는 오히려 나를 격려하며 시간 생각 말고 끝까지만 가자고 하였지요. 제가 동반주자로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렸지만, 내가 더 큰 도움을 받고 배운 게 많았습니다.

 

 

 

 

- 70번을 풀코스 완주하셨는데 이제는 마라톤이 쉬울 것 같다.

 

▲42.195Km가 마라톤 거리입니다. 초보자나 경험자 모두 고통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입니다.

 

70번 넘게 풀코스를 달렸지만 달릴 때마다 거의 매번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요. 10Km 지점에서 심한 심장박동을 느끼기 시작하고, 20Km 지점에서는 약간 나른해집니다.

 

30Km 지점에서는 반환점을 지났다는 생각에 희망이 보입니다. 40Km 지점을 통과할 때는 고통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통과점에서야 행복한 웃음이 흘러나옵니다.

 

다시는 이런 미친 짓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계속 도전을 하게 됩니다.

 

 

 

 

-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권하는 진짜 이유는?

 

▲달리기는 우직한 운동입니다. 왜냐하면 복잡하지도 않고, 가장 대중적이니까요. 그리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운동입니다. 물론 무리하게 운동하면 몸을 다칠 수 있지만 참으로 정직한 운동인 것은 사실입니다.

 

달리기와 친해진 저는, 그 덕분에 ‘세상도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합니다. 저는 요즘 뭔가 고민이 있을 때 자리에 앉아 끙끙거리는 대신 남산 산책코스나 북악스카이웨이 코스를 달립니다. 그러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차분히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달리기는 건강 이외에 무엇이 더 좋아지는지?

 

▲달리기는 자아와 소통하는 시간입니다. 단순히 질환이 없다고 건강한 게 아닙니다. 달리기는 종교적 수준의 정신수양을 가져다 줍니다.

 

그러니 모두가 달리기를 통해 더 큰 건강을 찾았으면 합니다. 몸이 안 아픈 단순한 건강 말고, 심신이 모두 건강해지기를 바랍니다. 50대 아저씨와 30대 젊은이를 구분하는 것이 나이일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가슴 속 열정입니다. 저는 몸뿐 아니라 열정도 청년보다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달리세요. 인생이 젊어집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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